[라오스 루앙프라방] "딱밧" 이라고 불리는 탁발수행 참여! |
루앙프라방의 머스트 씨(MUST SEE) 혹은 머스트 두(MUST DO)의 1위를 항상 장식하는 것은 바로,
라오스 말로 "딱밧" 이라고 부르는 승려들의 탁발수행에 참여하는 것이다.
딱밧은 일출부터 시작해서 약 30분 내에 마무리가 된다.
우리는 새벽 5시부터 준비하고 숙소에서 나왔는데.
우리가 머물었던 "쏨짓"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보안상의 이유에서인지
문을 잠가 놓은 탓에 약 20분정도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시간을 때울 겸 호텔 앞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와 몽키 바나나 1~2개를 섭취했고,
드르륵 거리는 문 여는 소리에 맞추어 재빨리 뛰쳐나갔다.
일몰 시간이 거의 근접했던지라,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한참 잡아놨다.
승려들에게 보시하는 밥이나 간식 등을 "싸이밧" 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가이드북을 잘못 읽어서, 보시를 하면서 싸이밧이라고 외쳐야 되는줄 알고
어머니께 그렇게 알려드렸다.
덕분에 어머니는 보시하면서 계속 승려들에게 "싸이밧" 이라고 외치셨다.
우리나라로 예를 든다면 뭐랄까.. 보시하면서 스님들에게 "공양물, 이것은 공양물" 이라고 외친 꼴이니..
지금 글을 쓰면서 괜시리 깔깔깔 웃는다. ㅋㅋㅋ
여튼 관광객들이 딱밧 체험을 하기 위해 밥을 구하는 것을 아는 상인들은 미리 자리를 잡고,
큰~ 대나무통에 찰밥을 가득 담아 팔고 있었다.
스님들의 간식거리가 될 수 있는 과자들도 물론 팔고 있었다.
엄마가 보시를 하고 싶어하셔서, 1만킵 ( 한화 약 1,400원 ) 을 주고 큰 밥통 하나를 산다.
손으로 드리는 것이 비위생적일 수 있어서인지, 주걱도 따로 주었다.
본격 보시가 시작된다.
승려들이 지나가면서 보시받는 통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사진 찍기 위함인지 아니면 평소에 저렇게 입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껏 드레스차림인듯한 여자는 적극적으로 보시를 하였다.
승려들은 아주 어린 동자승부터, 머리가 히끗히끗한 노승까지 있었다.
엄마는 경건한 마음으로 내가 잘 못 알려준 "사이밧" 을 외치며 보시하였다.
주걱은 버려두고 손으로 주물주물해서 한 덩이씩 넣어드렸다.
공양물~ 이것은 공양물~ ㅋㅋ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보시에 임하셨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 사실 더 궁금한 것은 스님들이 얼마나 올지 모르는데 얼마만큼의 양을 분배해서 드릴까를 어떤식으로 생각하셨을까가 마음가집보다 더 궁금하다.
어머니는 승려들의 행렬이 짧게 끝나자 엄청 아쉬워 하셨다.
뚱한 표정으로. 승려님들이 또 안 오시나 두리번 거리신다.
그리고는 나에게도 밥을 사와서 보시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이상하게 그것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내 마음가짐은 보시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냥 관광상품으로 밥을 드리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승려님들의 수행이나 탁발수행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한 후에 보시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거부했는데 어머니는 멍청하다면서 중얼중얼 하셨다...
괜시리 마음이 상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주관을 지키고 싶었다.
게다가 또 하나 내가 보시를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관광객들에게만 해당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시를 받는 승려들의 표정이 전혀 감사하는 듯한 표정이 아니었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 보는 탁발행렬이기도 하고..
불교 신자도 아니면서..
생각이 한참 굳어지기 시작하는 30대로써 감히 평가한 것이 아닌지도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시를 받는 승려들은 그저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뭔가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승려들의 수행이 부족한 탓일까?
나의 선입견 탓일까?
아니면 관광객들의 관광상품이 되었기 떄문일까?
어떤 것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내가 느낀 승려들의 태도에 더욱 더 탁발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탁발을 너무나도 고대해왔던 어머니의 사진을 찍어주는 내 자신의 모습 자체가
나는 나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다른 길에서 승려님들이 다시 등장하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화색을 다시 찾으셨다.
승려의 바구니 안에는 찰밥도 많이 있었지만, 각종 과자들도 가득 차 있었다.
탁밧이 관광상품처럼 되어 버린 관계로 승려님들이 물질적으로 얻는 것도 있겠지만,
뭔가 전통적인 "탁발수행" 의 의의를 찾고 싶은 승려들에게는 카메라 세례가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어머니는 보시를 나름 경건하게 진행하신 듯 했다.
사진에 신경쓰기보다 스님들께 정성들여 나눠드리는 것에 더 집중한듯한 모습이었다.
승려님들은 보시를 받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그냥 단순한 하루 일과의 시작일까? 아니면 정말 무조건적인 나눔, 기부에 감사함을 느낄까?
밥이 떨어진 어머니는 마지막에 몇 승려님들께 밥을 드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
특히나 마지막쪽에 온 몇 스님들이 동자스님들이라 더 측은함을 느끼신 듯 했다.
( 자세히 동영상을 보면, "사이밧~(공양물~)" 을 열심히 외치신다 )
또 다른 승려분들이 오셨다.
어미니께 보시를 더 하시겠냐고, 밥을 더 사오냐고 여쭈어보니 이제는 관찰하고 싶다고 하신다.
여기 내가 탁밧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해프닝이 또 있으니..
이제 한껏 돈독이 오른 라오스 상인들이 탁밧에 참여한 관광객들에게 강매를 한다.
보시하고 싶은 만큼을 하고 그냥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되는데,
와서는 몇몇 관광객에게 우선 들이민다.
스님들이 오는 타이밍에 맞추어 무조건 들이밀고 보시하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돈을 터무니 없이 높게 불러 받는다.
혹은 와서 보시를 더 하지 않으면 나쁜것이라는 듯한 뉘앙스로 "강요" 를 한다.
아마 저 강매를 보고 어머니께서도 기분이 조금 안 좋아지셨을지도 모르겠다.
관광객이 아닌 순수한 라오스 사람은 보시를 적당히 하고,
남은 밥들은 스님들 뿐만 아닌 자연에 있는 새와 벌레들에게도 나누어주려고,
저렇게 나무에 군데군데 발라주고 간다.
관광객들의 보시를 보는 것보다,
저 라오스인의 나무에 밥 바르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고 느낌이 좋았다.
어머니와 나는 이제 느긋하게 탁발행렬을 구경하였다.
나중에 어머니와 이야기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어머니도 뭔가 너무 형식적으로 된 탁발의식에
별로임을 느꼈다고 표현하셨다.
피곤한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망감때문이라고 판단하는데...
탁발의식에 더 참여하고 싶었던 혹은 구경하고 싶었던 어머니는 그 이후 새벽 알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다.
내가 일어나서 깨워도 어머니께서는 곤히 주무셨다.. ㅋㅋ
이렇게 탁발행렬이 끝난 자리는 또 고요하게 조용하게 변했다.
나는 아마 라오스를 다시 가서,
몇 번의 탁발행렬을 더 구경하고, 라오스인과 몇 번 더 이야기를 하여
나름의 확신이 선 이후에야 탁발의식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안 하였지만서도,
실망이 꽤 컸던 탁발 행렬..
괜한 의의를 찾는 이상한 관광객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문화를 관광상품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이 아쉽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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