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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놀이터/네팔(Nepal)

[네팔] 히말라야행 택시.

by 돼지왕 왕돼지 201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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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꾸욱!! 
감사합니다~♥


지난밤 달과 별이 너무 청명하게 보였기에,
우리는 사랑코트에 올라 일출을 보기로 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아침, 나를 깨우는 띠디디딕 알람소리를 듣고도
나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만약 100% 확률로 엄청나게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이 보장된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일어섰겠지만,
타이거힐( @다즐링 ) 의 악몽과 함께
쌀쌀한 날씨 속에 솜이불이 주는 그 따스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속으로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만 외치며 다시 잠이 들었다.
어두운 방에서 더 깊은 어둠이 눈으로 다가와 어둠의 못으로 서서히 잠겨간다.
추위속의 따뜻함은 정말 벗어나기 어려운 유혹이다.

9시쯤 짹짹을 넘어 시끄럽다고 여겨질 정도의 새소리에 잠이 깬다.
커튼을 쉭 걷어보니 
뾰족한 마차푸처레가 선명한 모습으로 내 눈에 확 들어온다.

- 택시타고 가는 길에 찍은 마차푸차레 -

"와~ 엄마 어서 일어나요. 어서 서둘러야 해요."

정보에 따르면 포카라의 설산을 제대로 보려면 오전에 봐야 한다고 한다.
오후가 되면 서서히 안개가 끼면서 clear 한 설산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가깝고 안전하며 페와호수까지 보고, 
도보하산이 가능한 사랑코트를 갈 것인가

아니면 매우 멀리 가고, 
정보는 부족하더라도 정말 히말라야에 왔다면 적어도 이곳은 가야한다고 하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를 갈 것인가?

결국 내가 한 선택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그래, 이왕이면 조금 더 새로운 것을 좋아하니 그곳으로 가야겠다.
나는 재빨리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선크림을 휘리릭 쳐바른 다음 추위를 대비하여
패딩까지 싸 입고 길을 나선다.

Lake side 까지 나가자 
벌써부터 택시 기사들이 씨익 웃으며 달려든다.

가장 먼저 만난 택시기사의 이름은 쉬바였다.
시바신과 이름이 같다.
그는 처음에 내가 까레를 간다고 하니 다른 곳과 착각을 했던지
한 사람당 150으로 해서 300으로 가잔다.

'이 녀석아, 누가 택시를 인당으로 타고가냐?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허당이 아니라구.
수전노 돼지왕을 무시하지 말라구'

인도에서는 너무나도 뻔한 사기 수단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무시하려다 
녀석이 실수로 부른듯한 가격에 혹한다.
분명 내가 아는 가격은 1,400루피정도인데.. 
이상하다 300으로 까레까지 갈 수 있다니..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이게 왠 봉이냐 하며 그녀석에게 가자고 한다.

그리고는 행선지를 명확히 한다.
나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를 가려고 까레에 간다고..
그 녀석은 갑자기 사색이 되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를 확인해보자고, 
휙 뺏어 휘리릭 펼치더니 니가 가고자 하는 까레가 이 
까레가 맞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그녀석은 급 당황하며 
인당 가격을 매기던 사기적 습관을 까먹고 
재빨리 그곳 까레는 1,500 루피는 줘야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 가격도 정말 싼 가격이라고.. 

허허.. 이녀석.. 하고 나는 휙 돌아선다.
녀석은 달려와 양팔벌려 내 앞을 가로막고는 얼마를 원하냐고 한다.
나는 1,000을 원한다고 했다.
녀석은 "노 웨이"라고 말한다.
엄청나게 큰 제스쳐와 
어떻게 그런 가격을 부를 수 있냐는 듯한 살짝 경멸섞인 표정으로. 

나는 또 휙 돌아선다.
이제는 흥정에 어느 정도 도가 튼 것 같다.
녀석은 다시 한번 달려와 양팔벌려 내 앞을 가로막고는 
사랑코트, 페디 뭐 이런곳은 1,000에 갈 수 있지만, 
까레는 정말 1,500은 줘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제 뻥을 치기 시작한다.

"어제, 한국인들이 1,100에 갔다고 하는데 너는 무슨 1,500을 부르냐?
너무 비싸지 않니?"

 
그 녀석은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 하지만 티가 많이 난다. ㅎㅎ )
그럼 1,400에 가자고 한다.
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가려는데 마침 다른 택시가 한대 온다.

나는 눈을 번뜩이며 그 택시에게 가는 모양새를 취한다.
( 경쟁자가 생기면 가격은 원래 확 내려간다. ㅋㅋ ) 
그 녀석은 더 허겁지겁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선다.

누가 보면, 포청천이 

"개작두를 대령하라!"

고 명령을 내린것을 살려달라고 하는것만 같다.
 
다른 택시는 여유만만한 제스츄어로 무슨일이냐는듯 고개를 쎌룩거렸고,
쉬바는 우리앞을 막고 여러가지 연설을 시작했다.

- 택시 타고 가는 길에 찍은 안나푸르나 사우스 봉 -

인도와 네팔 등에는 모닝 프라이스라고,
아침에 조금 싼 가격으로, 그리고 특히 첫 손님에게 싸게 잘 팔아야 
그날 장사가 잘 된다는 
미신같은 것이 있나보다.
 
여튼 모닝 프라이스라면서 
어느 호텔에 묶느냐? 호텔에 대려다줄테니 가서 합리적인 가격인지 물어보자.
다른 택시가 자기보다 싸게 부르면 내가 그만큼 돈을 돌려주겠다는 등.
자기 택시에 있는 신에게 맹세하고 정말 싼 가격이라는 등 엄청나게 주절거렸다.
그리고는 1,300 이하로는 안 된단다.

신에게 맹세도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그가 너무 안타까웠던지
엄마는 100루피가 한화로 얼마냐고 물으신다.
100루피는 약 1,300원.
엄마는 그냥 100 더 내고 이거 타고 가자고 하신다.
 
나는 신에게 맹세한 쉬바라는 친구를 뒤로하고, 뒤에서 쎌룩거리며
자기에게 오면 더 싸게 해주겠다는 듯한 표정을 연신 발사하는 녀석을 향해
한발자국 내딛었다.

그 때 바로 들려오는 소리.

"OK! 1200 루피!!"

ㅋㅋㅋㅋㅋ
어떻게 하지?
안타까웠기도 하고, 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지니..
1200루피로 합의를 하고 오스캠프가 있는 까레로 향한다.

- 오스캠프 까레 가는 길 -

이 쉬바라는 녀석은 나의 가격흥정에 조금 불만이었지만, 
어떻게해서든 자기 택시를 하루 전세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금씩 내비치며, 
올라가는 길에 조금씩 가이드를 해주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의 짧은 영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설명은,

"저것은 페와호수. 저것은 마차푸처레" 

뭐 이정도였다.
그런 짧은 영어로  목적지 근처에서 
쉬바는 나에게 또 다시 흥정을 건다.

"써(Sir)! 당신이 나를 하루쟁일 고용하면 내가 좋은 서비스를 해주지요.
 오스캠프까지 가이드하는것은 물론, 
하산하면 사랑코트로 데려다주고
 사랑코트에서 한시간 기다려주고, 
레이크사이드까지 다시 모셔다드리외다.
 그리고 나는 퇴근하여 따뜻한 집에 들어갈 수 있지요.
 이 모든 서비스가 단돈 5,000루피!"

라고 말하는 그를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이 산을 올라오는데도 1,200이나 부르는 녀석이..
내려가는 길에 사랑코트 한번 들르는데..
그리고 짐이 있어 포터역할도 하는것도 아니고 2시간 함께 놀아주고
5,000이나 받겠다고? 욕심이 큰거 아냐?
5,000이란 돈에 Only 를 부르는 녀석이 너무 얄미웠다.
 
암만 우리의 돈 개념과 너희의 돈 개념이 달라도 너무하잖아..? ㅋㅋ

나는 기가막힌 표정으로 어머니께 그 녀석의 제안을 통역해드렸고,
어머니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들으시더니
10초가 지난다음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근데 5,000이면 얼마냐?"

라고 물으셨다. ㅋㅋ
5,000루피는 한화 약 6만 5천원이다.
( 참고로 내가 묶은 호텔은 1박 550루피. 정말 깔끔하고 욕조도 있는 게스트하우스 )

여튼 그 녀석의 어이없는 제안에 기가막혔지만,
너무 당당하게 그런 제의를 하고, 
그 가격이 정말 싸다고
"칩 프라이스( Chearp Price )" 에 정말 쎈 악센트와 하이 볼륨을 보여줬다.

그 녀석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기 미안해서
우리는 프리 스타일 여행을 좋아하기에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가격은 바로 내려갔다.
바로 4,500이 되었고,
이제는 헛된 희망을 주기보다는 
그냥 단박에 거절하는게 낫다고 생각한 나는
이제는 확실히 No 를 외쳤다.

녀석은 다급해졌는지.. 조금만 지나면 버스도 다니지 않고,
버스는 매우 드문드문 다니며, 
날이 어두워지면 버스가 없어 
너희는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협박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인도와 네팔인을 제대로 믿을 수가 없었고,
내 자신만을 믿는 식이 되었기에 들은척도 안 하고 No 를 다시 외친다.

녀석은 돈 잘 쓰게 생긴 동양인을 물었는데
계획이 실망했다는듯이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그리고는 4,000에도 해줄 수 있다고 바로 500이 또 싸졌다.
나는 또 다시 No 를 외쳤다.
녀석은 또 한번 더 풀이 죽었다.
그래도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볼펜으로 미리 쓴
그것도 또박또박하지 않고 조악하게 작성된
작은 종이조각을 주며 자신의 명함이라며, 
오스캠프 등산을 마치면 꼭 전화를 달라고 했다.

우리는 알았다며 그 종이조각을 가방에 넣었고,
그 녀석은 우리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뒤에서 끝까지 바라보았다.
우리는 돌아보지 않고 갈 길을 갔고, 
그 종이조각 명함은 숙소에 와서야 
"아 이런것도 있었지"
하며 발견할 수 있었다.

- 조악하지만 뭔가 나름 귀여운 명함 -

가는길에 만난 한 아저씨에게 혹시나 싶어 버스에 대해 물어보니,
밤에도 버스는 다니고, 카트만두가는 버스도 있고 종류별로 다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산에 다녀오란다.

그 녀석.. 거짓정보를 주는 업을 쌓았구나.
바그마티강에 가서 입을 씻고 오너라 쉬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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