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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놀이터/한국(Korea)

[추억] 오이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드는 전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by 돼지왕 왕돼지 201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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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상한 감상에 전는다...

아름다운 부둣가의 풍경이 있는 이 곳이 오이도였다는 것을 잊고 있었고, 이 아름다운 기억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내 자신에게 살짝 실망감을 느낀다. 항상 해외 해외 외국 외국만 외치는 나.. 한국에도 잘 찾아보면 이렇게 정감 넘치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데 말이지..


 
공사중인 포크레인이 조금 부조화를 이루지만, 저것도 한 데 어울어져 아름다운 부둣가의 풍경을 이룬다. 아이들을 손에 손잡고 다니는 어머니들도 있는가 하면,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걸어가면서도 손짓발짓을 아끼지 않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저씨들도 계신다. 아름다운 석양 노을이 하늘을 살포시 붉게 물들이고.. 갈매기들은 오늘이 가는 것이 아쉬워 미친듯이 날아 오늘의 마지막 바람을 만끽한다.
 


어느 덧 오이도의 상징이 되어 버린 저 빨간 등대.. 저 빨간 등대를 어머니와 이모는 참으로 아름다워하며 한동안을 바라보셨다. 여기에 "오이도" 라고 써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이 곳이 오이도임을 사진을 다시 보면서 몰랐을찌도 모른다. 아래쪽에 파도를 형상화하는 귀여운 그림도 눈에 띄고..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희망을 바라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등대의 난간에 걸쳐있다.

 



이곳 저곳 예술 작품인양 구름들이 오묘하게 배치를 이뤄 아름다움을 자아 내고, 구름 사이로 흰색과 붉은색이 잘 어울어져 따뜻한 바람의 형상을 자아낸다. 저 멀리에는 이제는 빨리 쉬고 싶지만, 낮을 아쉬워하는 사람때문에 함부로 빨리 달리지 못하는 태양이 수줍게 마지막 빛을 내고 있다. 갈매기들은 때지어 태양을 따라가고, 그 어색한 포크레인은 파라솔들과 인파들에 숨어 자연스레 녹아든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 ^.. 사람들은 이곳저곳에서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도란도란 유모차를 몰며 가기도 한다. 별다른 행동은 없어도.. 해질녁에 찾아오는 약간의 우울함과 하루 일과 마무리에 대한 안도와 그리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 내 가슴에 젖어든다.
 


이모의 영원한 그림소재가 되는 바닷가의 어선들.. 다른 큰 배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고요한 물결을 홀로 견디며 외롭게 서 있는 저 작은 어선.. 외로움 속에 굳건함이 느껴지는 좋은 느낌의 사진이다...


같은 배.. 하지만 하늘을 포함하여 보니 더 외로워보인다.. 저 넓은 바다를 저 작은 배 혼자서 뚫고 가야 하다니.. 지금의 나의 모습과도 비슷한것 같아서..애뜻하다.. 하지만, 저 작은 몸집으로도 저 구름길 끝까지 어려워도 꿋꿋히 갈 것 같은 믿음은 있다.

 
한쪽에서는 작은 배들이 저렇게 오붓하게 배치되어 있고.. 물결이 노을에 젖어 너무 아름답다.. 저 물은 따뜻할 것만 같다.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뒤로 하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는 그들은 찍사 돼지왕 왕돼지를 뒤로 하고 전어를 찾아 해맨다. 왼쪽부터 화가 작은 이모, 우리 엄마, 그리고 사촌 동생 보나.. 전어를 찾기 위한 그들의 전투 의지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그들의 식욕이야 어쨌든..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하는 나는.. 이 외국에 온 것만 같은.. 아니면 지상의 끝자락에 온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탁한 붉은 노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눌러댄다... 빈 하늘에 갈매기들이 자리를 채워주니 외로움이 좀 덜하다. 갈매기가 없었다면.. 어느순간 저 먹구름이 하늘 전체를 채우고, 번개가 칠 것만 같은데 말이지..


저 멀리 외딴섬은 검은 바다 위에서 더 외롭다. 검은 구름이 더 작은 섬을 먹어버릴 것만 같다.. 하늘의 구름은 그라데이션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는듯 파스텔 톤을 잘 부각시키며 하늘을 색칠한다. 구름의 모양이 참 이쁘다.. 이것이 그림이라면.. 정말 느낌을 잘 살린 그림일테지..


뒤늦게 오이도의 아름다운 노을을 눈치챈 화사 작은 이모는.. 그만의 독특한 앵글과 구도로 사진촬영에 몰입한다. 나는 예술가다.. 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팬던트가 눈에 띈다.. 그리고 카메라 액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그녀의 매의 눈은 삥~ 하고 빛난다.


그녀( 작은 이모 ) 가 바라본 시야를 나도 바라보고 한 컷 찍어본다. 역시 예술가의 눈은 다르긴 다른가보다.. 구름이 어쩜 이렇게도 구성될 수 있는지.. 구름이 저녁 노을과 어울어져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 순간부터 느끼게 된다. 그녀는 이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지금 이 풍경이... 너무나도 슬퍼서.. 울고 싶다..
 


하지만 울지 않고,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할 전어에 집중해본다.. 오이도 답게.. 낭만을 최고로 여기는 작은 이모의 사상과 맞게 연탄불에 이미 몇 번을 구웠는지 까맣게 그을린 석쇠로 전어를 굽는다. 건강에는 안 좋겠지만, 그런게 무슨 상관이랴? 이런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치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며느리를 불러들이는 전어가 저레 노릇노릇 바삭바삭 익어가는데 말이다.

 
우리의 전어는 저렇게 더 많다.. 배부르게 먹자꾸나.. 먹는 게 남는 것일찌니..
 


철석철석 소리와 함께.. 며느리가 과연 이것때문에 돌아올까 하는 공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비릿비릿 생선의 느낌이 팍팍나는 전어 살을 한점한점 뜯으며.. 그렇게 밤은 찾아오고..

 
아까부터 눈에 살짝 거슬렸던 저 포크레인들도.. 이 각도에서 보니 마치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만 같아. ( 부끄부끄 ) 기분좋게 한컷 찍어주고..

 
타닥타닥 전어 익는 소리에 맞춰 거나하게 취하신 이모는 저렇게 해맑게 웃으시고 ( 이모가 술을 참 사랑하십다 ㅋ )


 부끄럽다는 보나는 취했어도 정신은 멀쩡한지 얼굴을 가려주는데..

 
이제는 조명을 받아 자줏빛을 띄는 오이도 등대를 다시 지나며.. 우리는 통기타에 맞춰  불러야 할 법한 80년대 노래를 파도소리에 묻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부르며 걸어간다.

 
한쪽에서는 소박한 불꽃놀이를 삐익~~ 빵 터치고. 불꽃이 터진 자리에서는 달님이 피어난다.
 


이 아름다운 오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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