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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돼지왕 왕돼지 이야기 (일기, 단상)

[일기] 블로그 하다가 생각해보니 너무 열심히 산 것 같다..

by 돼지왕 왕돼지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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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예전에 즐겨 가던 카페에 갔다.

이름이 바뀌었다.

(오해일 수 있지만) 주인이 바뀌었고, 태도적인 측면에서 맘에 안 들었다.

빅뱅이론에서 쉘든이 그랬다. 변하는 것이 너무 싫다고, 변하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내가 단골로 갔던 카페 혹은 식당들이 주인이 바뀌거나 폐업을 하거나 하면 괜시리 기분이 별로다.


카페에서 블로그를 했다.

블로그를 하면서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며 괜시리 흐뭇했다.

초창기에는 정말 정성들여 썼었다.. 블로그인데도 위키처럼 관리하고 싶어 이력도 남겼고, 정말 누군가에게 친절히 설명하듯이 글을 썼었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들었다. 예전에 측정했던 시간 기억 나는 것은.. 글 하나 쓰는데 평균 3~4시간 정도 썼었던 것 같다.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회의감이 들어 여러번 내 블로그의 존재 의의에 대해 고찰을 했었다.

그리고 내 일기, 나의 히스토리, 나의 주변의 것을 그냥 기록하는 공간만으로도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러나 내심 욕심은 버리지 않고 있었다.


친구가 나를 위해서 키워드와 수입의 관계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내 블로그에는 글이 많으니깐 키워드를 요러쿵 저러쿵 해서 블로그 수익을 늘려보라고 정보를 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다 보니 글 쓰는 시간이 또 늘어나고, 키워드 때문에 나에 대한 기록이 아닌 키워드 관련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늘어났다.

원래 키워드 형식으로만(단어 위주로 나열) 글을 쓰려고 했던 2019년 베트남 여행기는 장황한 산문같은 글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어떤 키워드든 걸려서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 말이다. ( 다시 말해 수익을 위해서다. )


그리고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꽤나 많은 의사소통이 있던 날이었다.

그 전부터 채팅 기반의 의사소통 때문에 오해가 많이 생기기도 하고, 

글로 정리하려다보니 시간이 많이 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피드백을 바로 보기도 어려워 오해의 골은 깊어가는 등등 스트레스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차로 인한 갈등도 왠지 피곤했다.


그러면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가 생각났다.

정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물론 노력을 하면 그만큼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에 더 가까워질 확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잊고 있었다.

그냥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잊고 또 결과에 더 포커싱을 해서 과정을 즐기지 못할 뻔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속옷을 안 입고 잠옷만 입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집 환경이 뭔가 사무실의 쾌적한 온도와 습도와 달라서인지..

겨드랑이에 손에 발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휴지를 엄청나게 쓰고 있다.

그런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다한 증상은 또 긴장에서 온다고 한다.

뭔가 계속 긴장되어 있는 상태.. 나의 코티솔 레벨은 다른 사람보다 한참 높은데.. 그것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이쪽에 더 맘이 기울어진다.)

그렇게 원하던 (사실 정말 원했던 것은 원격근무지만)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다니..

그래... 내려놓자.. 뭐든 내려놓고, 힘 주지 말자.

그래.. 해보자.. 점점 도인처럼 살아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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