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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내가 탄 고락뿌르에서 바라나시로 향하는 야간기차는 햇살을 창틀로 받아들여 새벽이 옴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도의 관광도시에만 있을 때 절대 느낄 수 없는
고요함 속에 창밖에는 노랗게 익은 보리와 아직 익지않은 초록색 보리들이 주는
색색의 조화가 평원이라는 도화지 위에 어울어진 내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노랗고 초록색이 어울어진 넓은 들판에
검고 깊은 주름과 붉은 사리를 입은 여인이
밀레의 이삭줍기 포즈를 지어줄 때면 사진기를 꺼내 들지 않을 수 없게 하였고,
사진기를 꺼내면 인도의 명화는 이미 기차의 속력에 밀려 전시를 끝낸 후였다.
그렇게 들판을 달리다 보면 다듬어지지 않아 지멋대로 뻣고,
영양분이 충분치 않아 앙상하고 삭막하면서도
수분도 충분치 않아 바싹바싹 마른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그 나무들은 겉모습과 달리 마치 생크림 케잌 위의 딸기처럼
그 들판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 나무의 모습은 마치
깊은 주름에 두껍다 못해 유리잔이 아닐까 싶기도 한 안경을 쓴 노인이
고르지 못한 흰 이를 들어내고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철도 바로 옆에 움크리고 있는 이것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움크리고 있는 것이 아닌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초콜릿 색깔의 엉덩이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나는 내 눈을 한번 비빌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들은 소위말하는 모닝똥 중이시다.
이 시골마을에는 마땅히 변소가 없는지 이때부터
너도 나도 곳곳에서 엉덩이를 까거나
중요한 물건을 보여주거나 심지어는 길다란 똥까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항상 물통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다.
이 기이한 풍경에 나는 잠시 넋이 나갔다.
유명한 화가가 아름다운 화폭에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따뜻한 느낌의 들판을 그려넣으니
장난꾸러운 아이들이 와서 자신의 똥싸는 모습을 덧 그려놓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나는 곧 정신을 차렸다.
사실 이것이 인도다.
인도는 이래서 인도다.
나는 이 흥미로운 모습을 배경과 조화시켜 감상하며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자 그것은 풍경화에서 새롭게 인물화가 되었고,
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강변에서 볼일보는 이들은 조금 더 자연친화적인
인물이 섞인 풍경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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