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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돼지왕 왕돼지 이야기 (일기, 단상)

맹순이의 마지막..

by 돼지왕 왕돼지 2018.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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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이의 마지막..


이 글은...

사진은 올려놓고 글을 쓰지 않은지 1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나에게는 애완견이 두마리 있었다.

첫번째는 요크셔 특성을 조금 더 띄는 잡종이었던 구월이. (여성)

구월이는 9월에 우리집으로 입양되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맹순이는 구월이의 아들 딸들 중에 둘째인 딸이었다.

구월이와 시추와의 교배로 태어난, 시추의 특성을 더 띄는 잡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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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탓인지..

외모적인 귀여움 탓인지..

혹은 구월이는 억세고, 맹순이 엄마가 되면서부터 너무 경계심이 강해졌던 반면

맹순이는 너무 실수투성이의 지켜주고 싶은 일종의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성격 탓이었던지..

우리 가족은 구월이보다도 맹순이에게 더 정을 많이 주었던 것 같다.


그 점에서 나는 구월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더 사랑해주지 못함을 말이다.


그리고 위 사진은.. 우리 맹순이의 마지막날 전이다.

맹순이는 복부 혹 제거 수술의 휴유증(우리 추측)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정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부들부들 떨고, 힘이 없어 제대로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했다.

똥 오줌을 찌렸고, 우리는 그것들을 치우고, 물수건으로 깨끗히 닦아주었다.

밥을 먹지 못해 죽처럼 으깨기도, 우리가 씹어서 으깨주기도 했고,

물도 마시러 못가서, 입이 건조한듯 혀를 날름거리면 물통을 가져다 주었다.


자다가도 낑낑대는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서 물통을 가져다주고, 똥을 치워주고 그랬다.

우리는 맹순이가 낑낑대던 그 날밤.. 맹순이가 작별인사를 하려 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내가 서울로 올라가고 나서 형에게 연락이 왔다..

맹순이가 죽었다고...

나는 이상하게 당시에는 슬프지 않았다.

맹순이가 하늘나라로 떠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벙져서 멍때리는 것이 그 당시에 할 수 있었던 일종의 감정 추스리기의 최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주 주말에 다시 내려와서 형과 함께 맹순이의 장례를 치러 주었다..


맹순이 이후에 나는 이제 시추만 보면 너무나도 반갑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맹순이 생각이 나서 가슴 한켠이 아프다..

맹순이는 정말 그냥 애완견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이었다..


오늘 사진들을 보니 맹순이가 너무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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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의 새끼들..

왼쪽부터 맹순이(둘째), 틈실이, 일격이, 창방이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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