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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돼지왕 왕돼지 이야기 (일기, 단상)

[슬픈 회상] 구월이가 힘들어 하던 때..

by 돼지왕 왕돼지 2018.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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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회상] 구월이가 힘들어 하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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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 만세 책을 읽다가 구월이가 생각났다.

구월이가 노쇄하여 벌벌 떨때.. 그 추운 와중에도 꼭 조용히 구석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듯이..
센트럴 파크의 그 좁은,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구석 드레스룸에 가서 어두운 와중에 바람 앞의 작은 촛불처럼.. 꺼져가기 일보 직전의 그런 눈빛을 하고 쭈그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가슴이 아파..

나는 열팬을 설치해주고, 방석을 깔아주고, 담요를 덮어주었고, 혹시나 낑낑대는 구월이가 뭔가를 필요로 할  때 아직 건장한, 튼튼한 내가 재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 옆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나에게 와서 개한테 뭐하는 거냐고, 부모 아플 때 이렇게 잘할까? 라는 말을 하며 나를 내 방으로 내쫓았다. 그리고 그 차가운 방바닥에 있는 구월이를 그대로 두고.. 열팬도 끄셨다...

아버지는 그 때 정말 무슨 마음이셨을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나는 구월이 걱정에 중간에 잠에서 깨서 다시 와서 열팬을 다시 켜주고 옆에서 잠을 청하곤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드레스룸은 안방에서 연결되어 있어 잠귀가 은근 밝으셨던 아버지는 일어나서 화가난 도깨비같은 표정으로 불같이 나를 다시 내 방으로 내쫓곤 하셨다..

구월이가 안쓰러워 안아서 따뜻한 내 이불속에서 잠을 청했지만.. 바들바들 떨며.. 비틀거리면서도 구월이는 다시 그 어둡고 차가운 곳으로 향했었다..

비록 아버지께서 내가 학교에 가 있는 사이에 구월이의 화장실 청소도 도맡아 해주셨고, 구월이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 함께 구월이를 묻어주러도 가셨었지만..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왜 그 때 내가 구월이를 위하는 그 마음을 그렇게 짓밟으셨을지 아직 궁금하다.

그 대답이 무서워 아직도 물어보지 못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말이 생각난다..

우리 구월이가 하늘나라로 간 순간... 내가 금새 딱딱하게 굳은 우리 구월이를 안아들었을때.. 모든 근육이 풀리며 소변이 주르륵 흘러내려오며 내 바지를 적셨을 때.. 그리고 죽음을 실감했을 때.. 

따뜻한 소변이 흐르는것처럼 내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릴때.. 아버지께서 "바보같은 새끼. 무슨 개가 죽었다고 우냐? 니 엄마아빠가 죽어도 이렇게 울까 몰라" 라는 잔혹한 말을 하셨던 것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구월이의 죽음 자체가 워낙 큰 슬픔과 충격으로 다가와서 사실 당시에는 그 말들이 그렇게까지 비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어린 시절 가위에 눌렸을 때 귀신을 봤을 때의 공포처럼.. 나의 등골을 싸하게 만드는 그 아버지의 표정과 말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무슨 기분이셨나요? 무슨 생각이셨나요? 기억이나 하실까요..?


시간이 무서운 것은.. 그랬던 구월이를 지금은 많이 잊고 맹순이 생각이 훨씬 많이 난다는 것..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무서움.. 미움? 뭐 그런 감정을 묻기 위함이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꼭 구월이와 맹순이 무덤에 방문해서 고소한 우유라도 몇 방울 떨어뜨려주고 와야겠다..
할짝할짝 우유를 맛있게 핥아먹는 그들의 귀여운 사랑스러운 모습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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