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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놀이터/음식 이야기

[책 정리] 악당 식품 만들기 - 솔직한 식품

by 돼지왕 왕돼지 2020.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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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 악당 식품 만들기 - 솔찍한 식품



식품은 사람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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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위민천, 곧 백성에게 밥은 하늘이라고 했다.
밥 먹었느냐고 묻는 것은 상대방이 잘 지내는지 묻는 우리만의 인사법이다.
밥값을 하라는 말은 제대로 살라는 뜻이다.
밥벌이란 곧 직업을 뜻한다.
다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말에서는 생존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마저 버릴 수 있다는 섬뜩함이 엿보인다.
성경에는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라는 구절이 있다.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엄청난 형벌이다.
심지어 사형수도 밥을 굶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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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은 "환자"를 살리고, 식품은 "사람" 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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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성인병을 생활습관병(life style diseas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싱적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well-being)이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같은 개념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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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식품을 의심의 눈으로만 바라보거나 마치 독극물처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품은 다면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선인과 악인으로 쉽게 나누기 어렵듯, 어떤 식품을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가르는 것은 어렵고도 불필요한 일이다.




나쁜 식품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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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지 않은 식품의 대표로 꼽히는 삼백식품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삼백식품이라고 하면, "희고 정제된, 몸에 나쁜 세 가지 식품"을 말하는데, 서양에서는 주로 밀가루, 설탕, 소금, 우유 가운데 세 가지를, 밀보다 쌀을 더 많이 먹는 동양에서는 백미와 화확조미료를 더해 그 중 세가지를 자의적으로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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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들은 밀가루 등 삼백식품을 독극물 취급하고 그것만 끊으면 모든 질병에서 해방될 것처럼 이야기할까? 여기에는 비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큰 몫을 했다. (아프리카 기아들에게는 그것들 모두 훌륭한 영양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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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다이어트로 유명한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이다. 앳킨스 다이어트 이론의 핵심은 지방과 단백질보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생화학적으로는 꽤 타당하다. 우리 몸 안에 에너지가 충분하면(에너지 물질인 ATP와 전자운반 물질인 NADPH가 남아돌면) 남는 탄수화물은 대사되어 지방산 합성에 이용된다.
흔히 혈당을 낮추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인슐린(insulin)도 그 과정에서 지방산 합성을 촉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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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인의 평균 몸무게는 57.7kg 으로 다른 어느 대륙 사람들보다 가볍다.
그런데 아시아인은 전체 섭취 열량 가운데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북아메리카인보다 훨씬 높다.
통계로만 보면 비만율은 탄수화물 섭취량과 반비례하는 것이다.
결국 탄수화물 섭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뜻이다. 바로 전체 섭취 열량(칼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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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3700kcal 가 넘는다. 이에 비해 OECD 국가 중 비만율 최하위를 다투는 한국과 일본은 3000kcal 에 머물러 있다.
 
지나치게 많이 먹고 에너지가 남아돌아야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저장된다. 따라서 적당량의 열량을 섭취한다면 밀가루나 설탕을 엄격히 금할 이유가 없다.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많이 먹는 서양인들에게 더 맞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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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는 농약이 많아서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는 밀가루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입 밀가루는 농약을 많이 쓰고 수확 후 약품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도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밀을 수입하지 밀가루는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
수입한 밀을 통관할 때 농약 검사 및 수확 후 약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과거에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밀이 유통된 사건이 두차례정도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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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밀에 농약이 잔류해 있더라도 제분을 하기 위해서는 껍질이 잘 벗겨지도록 물에 담가두는 조질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농약이 잔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는 심지어 수입밀로 제분한 밀가루에서는 개미가 죽고 우리밀로 제분한 밀가루에서는 개미가 잘 산다는 이야기까지 떠도는데, 이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실험이었다.(실제 우리밀이던 수입밀이던 유기농 미숫가루이든 다 죽는다.)

곤충은 아주 고운 곡물가루에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
고운 곡물가루가 곤충의 몸마디 양옆에 있는 기문이라는 숨구멍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고운 곡물가루가 소화기에서 불어나 호흡기를 막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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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단순히 삼백식품과 같은 몇가지 음식을 금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섭취하는 사람의 영양상태, 생활환경, 섭취량 등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밀가루와 설탕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에겐 보약이 될 수 있고 비만인 당뇨환자에겐 독약이 될 수 있다.







영양학 사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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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구, 특히 미국의 영양학 이슈를 그대로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이른바 영양학 사대주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과학이 한국 과학과 다를 수야 없겠지만, 미국의 영양학 담론을 한국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미국 식품업계의 공통적인 관심은 저탄수화물, 저지방, 글루텐 프리, 무설탕 등이다.

식생활과 식습관이 크게 다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도 다른데 외국의 유행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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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영양상태는 한국인과 너무나 다르다. 먹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만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미국과 같은 서구권에서는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3 이상을 비만이라고 하고 30 이상은 고도비만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식문화가 점점 서구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할 필요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식문화는 미국과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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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암에 의한 사망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구와 달리 국이나 찌개를 많이 먹는 우리 식문화에서는 나트륨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고 칼슘 섭취는 부족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저염식이나 고칼슘식 같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저염식에 대해서는 식품업계의 저항이 거세고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서구의 담론은 무분별하게 쏟아져들어온다.

기업에서는 그런 담론을 신제품 마케팅에 이용해 기존의 식품은 뭔가 부족한 것으로 치부하고 신제품의 장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나쁜 식품과 좋은 식품의 이분법이 더욱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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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성분이 나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 얼마든지 다른 성분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무첨가", "천연" 같은 말을 붙여 가격을 올리기도 쉽다. 설탕이 나쁘다고 하니까 전분을 이용해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만들고, 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아와 같은 저칼로리 감미료를 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비만율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애초에 문제는 설탕 자체가 아니라 음식의 과도한 섭취였고, 설탕을 빼도 인간이 먹는 양은 여전히 많았다.
최근에는 포화지방을 덜 섭취하도록 하는 영양 가이드라인이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큰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무얼 먹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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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식품에 죄를 뒤집어씌워버리면 오히려 나머지 식품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된다는 방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 자체로 나쁜 식품이란 없다.
그런것은 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독조차도 적게 쓰면 약이 된다.
반면 물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죽는다.(물중독, 저나트륨혈증)




식품회사는 사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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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책에서는 식품회사가 다양한 상업적 전략으로 영양과잉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그 반대편에는 무엇을 먹든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도 있다. 소비자 자유센터(CCF, Center for Consumer Freedom) 같은 그룹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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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문제를 기업 대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프레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품을 둘러싼 논쟁을 정치적, 이념적 문제로 만들어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식품기업을 거대한 악으로 치부하는 음모론적 시각은 안 된다.)

소위 "썩지 않는 햄버거"는 썩지 않을 조건이 되었기 때문에 썩지 않았을 뿐이다. 패티를 바싹 구워서 표면이 살균되고 수분이 모두 증발하면 햄버거는 썩지 않을 수 있다. 부패는 수분과 함께 시작된다. 물만 조금 뿌려주고 손으로 한번 만져주면 햄버거는 썩게 되어 있다. 지나친 음모론은 건강에 해롭다.




'좋은 식품, 나쁜 식품'의 이분법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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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연구자들이 자주 듣는 난감한 질문이 있다. "이거 몸에 좋다던데 정말인가요?" 이런 질문에는 반문이 가장 좋은 대답이다. "몸에 좋은 것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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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속에는 매우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저 가운데서 한두가지 효과를 지닌 물질이 들어 있는 동시에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도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 연구자들은 이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어떤 식품을 가져와도 그 속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거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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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는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위장관을 훑으며 콜레스테롤처럼 우리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을 흡착시켜 몸 밖으로 빼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도 함께 배출시키므로 무기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지나친 섭취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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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속의 카페인은 칼슘 흡수를 저해한다고도 하고 특히 임산부의 경우에는 지나친 카페인 섭취가 유산 또는 저체중아 출산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노인의 경우는 카페인이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징진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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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품이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그 사람의 건강상태와 해당 성분의 함유량, 실제 섭취량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판단할 수 있다.
몸에 이로운 몇몇 물질을 보고 장점만 이야기하거나 해로운 물질에 주목해서 단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두가지 식품이나 성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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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품도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오히려 식품에 대한 이분법에서 비롯되는 선입견과 오해가 문제를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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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촉발시킨 원인 제공자들은..
첫째는 불행히도 우리 자신이고, 그 다음은 홍보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식품회사, 그리고 마지막은 식품 연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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