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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놀이터/음식 이야기

[책 정리] 3. 발암물질은 어디에나 있다. - 솔직한 식품

by 돼지왕 왕돼지 2020.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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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 3. 발암물질은 어디에나 있다. - 솔직한 식품


위험은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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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품이 위험한지 위험하지 않은지 과학이 단칼에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신중하고 신뢰할 만한 과학자라면 '더 연구해봐야 안다'는 흔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지는 과학이 아니라 사회가 합의해서 정하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차에 치일 위험이 있다고 운전을 금지하거나 보행을 금지하지는 않는 것처럼, 위험을 어디까지 통제하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에 속한다. 그 합의를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다.




발암물질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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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질만 든 식품도, 나쁜 물질만 든 식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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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을 분류하는 방법은 기관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 IARC(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trch on Cancer)의 분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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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RC는 암과 관련된 물질이나 요인을 다섯가지 그룹으로 분류한다.
인체 발암성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그룹1, 인체 발암 여부는 불충분하지만 실험동물 자료는 충분한 그룹 2A, 인체 발암성과 실험동물 자료 모두 제한적인 그룹 2B, 인체 발암성 물질로 분류할 수 없는 그룹 3, 비발암성이라고 여겨지는 그룹4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그룹 1과 2A, 2B는 발암 위험성이 있는 물질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IARC 분류의 그룹을 "급"으로 번역해 1급 발암물질, 2A급 발암물질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하게는 1군, 2A군처럼 '군'으로 부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급'이라는 말을 붙이면 급수가 높을수록 더 위험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해서 2A군 물질보다 더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라 인과관계가 좀 더 명확히 밝혀졌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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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발암물질, 인체 발암물질 : 아플라톡신, 벤젠, 벤조피렌, 다이옥신, 에탄올 등
2A군 발암물질, 인체 발암 추정 물질 : 에틸카르바메이트, 아크릴아미드, 무기납화합물 등
2B군 발암물질, 인체 발암 가능 물질 : 아세트알데히드, 벤조퓨란, 납, 나프탈렌, 중유 등
3군 발암물질,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음  : 암피실린, 카페인, 콜레스테롤, 색소류(수단 1,2,3호)
4군, 인체 비발암 추정 물질 : 카프로락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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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해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는 건 아니다. 발암물질이 든 식품을 전혀 먹지 않으려면 평생을 몇 가지 음식으로만 연명해야 할 것이다. 보통 식품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은 아주 미량에 불과해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다면 우려할 필요가 없다. 발암물질을 섭취한다고 무조건 암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정도와 기간, 개인의 유전형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항암식품을 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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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세포의 돌연변이인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암세포만 죽이고 정상세포는 죽이지 않는 물질은 거의 없다. 많은 항암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정상세포가 일부 죽는 것을 감수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심지어 7가지 항암제는 1군 발암물질에 속하기도 한다. 암세포를 죽이는 동시에 DNA 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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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속 항암물질을 찾는 연구는 대부분 암세포에 특성 물질을 처리해서 암세포 생장이 억제되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세포수준의 실험만으로 암이 예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단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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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화과 채소인 배추나 양배추, 무 등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위암, 간암, 유방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많다. 배추김치나 열무김치가 위암세포와 결장암 세포 등 다양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는 연구도 많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는 이와 반대다. 환자,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은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더 높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김치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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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그 식품이 반드시 좋은 식품이 되는 건 아니다.




레드와인은 전립선암을 예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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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이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뉴스를 탄 적이 있다.
레드와인 속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이 생쥐의 전립선암 진행을 억제한다는 논문을 바탕으로 한 기사였다.
이 실험에서 생쥐에 투여한 레스베라트롤의 양은 몸무게 1kg 당 625mg 이었다. 70kg 성인으로 환산하면 43.75g을 먹인 샘이다.
레드와인 1리터에 약 5mg 정도가 들어 있기 때문에 체중 70kg 성인이 하루에 레드와인 8.75리터를 마셔야 하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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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몸에 좋으니 레드와인이 몸에 좋으니 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술이 1군 발암물질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알코올이 대사되어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도 2B군 발암물질에 올라 있다.







콜라 속에 발암물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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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신뢰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보도는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나라마다 다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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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에 대한 규제는 문화적인 차이, 행정절차, 산업적 이해관계, 과학 수준, 소비자 운동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물질을 처음 개발한 나라는 그 물질을 규제하는 데 소극적이기 쉽고, 처음 그 유해성을 발견한 나라는 규제에 좀 더 적극적이기 쉽다.
어떤 식품을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먹어온 나라는 규제에 소극적인 반면 그렇지 않은 나라는 적극적일 수 있고, 소비자운동 단체에서 강력히 문제제기하는 나라는 규제에 좀 더 적극적이고 자국 내에서 별 문제제기가 없으면 소극적이게 마련이다.
대개는 유럽, 미국, 일본 등 과학 선진국들에서 선제적으로 규제 정책을 펴고 우리나라는 그 과정을 지켜본 다음 뒤따라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 세 나라에서 모두 규제하면 우리도 규제에 나서지만 그 중 한 나라면 규제한다면 좀 더 두고 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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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성분 자체가 아니라 함량과 섭취량, 접촉량과 접촉 방식이다.




식품에도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야 하는가

환경 분야에는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환경파괴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과의 발생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전배려의 차원에서 조치가 취해지거나 금지가 내려져야 한다는 원칙" 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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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도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제임스 덜레이니'라는 1950년대 뉴욕 주 하원의원이 연방 식품, 의약품, 화장품 법 개장안이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식품에는 어떤 발암물질도 첨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조항은 그의 이름을 따서 '덜레이니 조항(Delaney clause)라고 불린다.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목록도 도입되었는데, GRAS 란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거나 증명되지 않고 다년간 사용되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을 말하며, 식품에 GRAS 물질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자는 제로 리스크 표준(zero risk standard)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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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식품에 발암물질이 많아서 덜레이니의 주장 대신 '최소 허용 위험 표준(deminimis risk standard)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매우 미미하여 무시할 만한 수준의 첨가물은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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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는 정부가 규제하는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기준 및 방법을 개발하는 학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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