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상한 감성 포텐이 터지는 날이 있다. |
가끔 이상한 감성 포텐이 터지는 날이 있다!
그날이 그랬다.
길을 가면서 평소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며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국어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제목에 비해 내용은 무지 재미 없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다를지 모르겠지만, 당시 내 느낌은
"아주아주 아저씨의 감성으로 쓴 책이며, 내용에 비해 제목을 너무 잘 진 책이네' 였다.
각설하고.. 내용은 별로였지만, 제목이 맘에 들어 나는 이상하게도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
그 책이 떠오른다.
말이 나왔으니 혹시라도 책을 구할 수 있다면 아저씨가 된 지금 한번 더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화요리 진짜루 입간판.
횡단보도 옆에 서 있었는데.. 프린트 된 것이 아닌 손글씨로 만든 간판.
그리고 화살표도 테이프로..
넘어지지 않게 상단은 와이어링하고, 하단은 벽돌로 눌러놓았다.
저 입간판은 주워온걸까 아니면 구매한걸까 궁금하게도 만든다.
가게를 방문해본 적은 없지만,
돈 쓰는 거 싫어서 대체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보는 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서일까..
그냥 뭔가 "피식" 웃음이 나는 기분좋은 간판이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획일적인 간판들에 비해 너무 정감이 간다.
푸릇푸릇한 가로수들..
그리고 중앙 살수차로 중앙분리대 식물들에 물을 공급하는 아저씨들..
운전수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루하다 생각을 하며 짜증을 낼까?
아니면 퇴근하고 볼 가족들을 생각 할까?
아무 생각이 없을까?
아니면 일에 충실하여 동료들을 생각하여 안전운전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할까?
살수하는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 빨리 퇴근하고 싶다?
식물들아 무럭무럭 자라렴?
아 짜증나.. 이 일 보수도 적은데 이렇게 먼지 마시며 돌아다녀야해?
그냥 그런 상상하면서 혼자 또 이상한 감성 포텐이 터져버린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까지 나를 감성 터지게 만든다.
커플로 보이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나를 구경한다.
그림자 속에 있는 녀석이 뭔가 보호받는 느낌이 들어 암컷 같고,
바깥쪽에 거만하게? 누워있는 녀석이 수컷같다.
그들은 정말 연인이 맞을까?
동물들 세계에 인간세계처럼 1:1 연인관계란 것이 있긴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아저씨가 된 탓인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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