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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극대화에 치중한 오늘날의 동물 사육 방식은 한마디로 '공장형 축산'으로 요약된다.
농장이란 개념이 실종되고 돼지공장, 닭 공장, 달걀 공장, 비육우공장, 우유공장 등으로 형질이 변경됐다.
이러한 반자연적인 동물 사육 방식은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 등의 인수공통전염병 발생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알 잘 낳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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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산란계(layer chicken)는 좁은 철망(battery cage)안에 몇 마리씩 갇혀 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3~4단으로 해서 일렬로 죽 늘어선 철망마다 닭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공간이 비좁아 몸을 돌리고자 해도 제대로 돌릴 수 없다.
대부분 국가의 산란계 농장 풍경이다.
선진국이라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다.
EU 와 캐나다 등지에서 동물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철망면적을 더 넓혀 운용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성 때문에 "달걀 공장" 형태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선진국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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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는 동물복지 정책을 강화해 2012년부터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전면 금지키로 했지만, 농가 단위에서 어느 정도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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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공장식 사육을 옹호하는 이들은 잘 설계된 철망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파트는 사람이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다가 주로 밤에 돌아와 머무는 공간이다.
사람은 낮에 외출했다가 돌아올 수 있지만, 닭은 그렇지 못하다.
철망 안의 닭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날갯짓은 더더욱 하기 어렵다.
동료 닭과 부딪혀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걸핏하면 놀라 퍼덕 거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적 성향을 띠곤 한다.
그래서 부리로 동료 닭을 찍어 상처를 내기 일쑤다.
심할 경우 강한 녀석이 약한 녀석을 사정없이 쪼아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양계업자들은 부화 후 7일째인 어린 병아리 때와 7주령의 나이에 뜨거운 불로 달군 칼날로 닭들의 부리를 자른다.
부리 안에는 민감하고 섬세한 신경조직들이 있어 닭들의 고통이 심하지만 양계업자들은 괘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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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속의 닭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 '알 잘 낳는 기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실제로 서양의 양계업계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닭을 동물보다 기계로 보는 관점이 있었다.
동물 기계(animal machines)론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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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 란 말부터가 닭을 더 이상 닭 chicken 으로 보지 않는 개념이다.
layer 는 '알 낳는 것' 정도의 뜻이다.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육계 broiler 도 마찬가지다.
broiler 는 '구워 먹는 것' 이라는 의미다.
동물에게 자연스레 부여돼 있던 호칭을 거두고 이처럼 식품의 가치에 따라 새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가축을 더 이상 생명의 존엄성을 지닌 동물로 보지 않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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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털갈이(molting)란 조류의 깃털이 빠지고 새로운 깃털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조류는 대개 번식 후 자연발생적으로 연 1회 털갈이를 한다.
이와 달리 강제환우(forced molting)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공적으로 털갈이를 시키는 것이다.
방법은.. 일정 기간 사료와 물을 주지 않고 어두컴컴한 곳에 방치하는 것이다.
그러면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자연 상태의 털갈이와 유사한 생리 변화를 겪게 된다.
이렇게 강제 털갈이를 하면 산란율이 향상되고 달걀 무게가 무거워지며, 달걀 껍데기가 두꺼워지고 치밀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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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불을 밝히면 산란계들은 낮으로 착각해 사료를 더 먹고 알을 더 낳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닭들에게는 수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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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련을 겪은 산란계로부터 얻어진 달걀은 자연 방사한 닭의 알과 차이점을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노른자위의 탄력성 차이다.
자연 방사한 닭의 알은 노른자가 비교적 탱탱해 젓가락으로 찔러도 잘 퍼지지 않는 반면, 기계식 사육란은 노란자가 맥없이 잘 터진다.
노란색을 더 짙게 하려고 닭에게 각종 화학첨가물을 먹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걸어다니는 고깃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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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는 용도에 따라 종류와 사육 기간이 약간씩 달라 몸무게가 차이나는데, 대체로 4~10주 동안 키워 출하한다. ( 돼왕 : 1달~1달 반 )
미국의 경우 1.8~2kg. 한국은 1.5kg 정도의 중병아리로 자랐을 때 출하한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주로 완전히 다 자란 닭을 유통시킨다.
이러한 차이는 그 나라의 소비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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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은 조물주로부터 15~20년의 기대수명을 부여받고 태어난다.
개중에는 무려 25년 정도까지 생존하는 닭고 있다.
이에 비하면 육계들은 수명을 너무 짧게 누리고 생을 마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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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육계 농장의 계사는 시멘트 벽돌건물이나 비닐하우스 형태를 띤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건물 안에 놔 먹이거나 배터리 케이지에 몇마리씩 넣어 사육한다.
최근에는 무창계사(windowless poultry house)형태로 실내 온도와 환기량, 밝기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육계 농장들도 많이 등장했다.
어떤 계사이건 간에 육계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것은 동일하다.
1m^2 에 20마리정도 사육하는데, 이정도면 닭들로서는 부대껴 움직이기조차 힘든 사육 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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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들은 사육 기간 동안 거의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찌우는 프로그램에 따라 사료를 먹고 계분을 배설하는 과정만 되풀이한다.
이 닭고기들에는 사료, 음용수 등에 섞여 있던 항생제가 잔류할 수도 있어 자연계의 닭고기와 근원적 차이를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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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보다 더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져 도태되는 산란계들이다.
산란계들은 대개 도계장으로 보내져 발골 과정을 거친 뒤 소시지와 햄 등의 원료로 이용된다.
육계보다 1년정도 더 오래 살긴 하지만.. 베터리 케이지 안에서 1년정도 더 오래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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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이스라엘의 헤브류 대학에서 털 없는 닭(featherless chicken)을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닭 육종 전문가가 가공업자들의 털 뽑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아예 털이 나지 않는 육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쯤 되면 닭이라기보다는 걸어 다니는 고깃덩어리이다.
인간의 편리성 추구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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